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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운동하는 여자들은 다 어디 있을까?
그들은 운동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을까?
같은 운동이어도 여성이 한다고 하면 성별, 체형, 연령,
정말 온갖 검열망에 걸러져, 돌아오는 말들은
“너는 여자가 뭐 그런 운동을 하니?” “살도 빼고 좋겠네” 뿐이었다.
여성의 운동에 관해 극도로 평면화된 시선에 질렸다.
그렇게 이 인터뷰, “운동하는 여자들”이 기획되었다.
10월 11일 일요일 7시. 줌을 통해 운동하는 여자들이 모였다.
하고 있는 운동, 운동을 하게 된 계기 모두 다양한
다섯 사람의 잡담을 들어보자
1부 운동을 만나며
Q. 각자 하고 있는 운동이 무엇이고, 그 운동을 특별히 선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도도: 제가 먼저 말을 해보면, 저는 처음에 자세 교정과 신체 순환을 위해 필라테스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필라테스를 하다 보니 점점 근력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무게를 드는 운동에 관심이 생겨 PT를 받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3대 운동*에 무게를 치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고, 그래서 1년 전부터 지금까지 헬스를 해오고 있습니다.
*3대 운동: 웨이트트레이닝에서 가장 핵심적인 3가지, 스쿼트,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를 말한다
**무게를 치다: 무게를 든다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3대 운동이 중량을 드는 운동이고, 일정한 무게 이상을 들 수 있는 것이 운동 능력처럼 여겨지게 되면서 “무게 ~만큼 친다”는 말이 운동판에서 자기소개와 같이 쓰이게 되었다)
해삼: 저는 처음에 무용으로 운동을 시작했었어요. 하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무용과를 가기 어려워졌었어요. 그때 제가 계속 해왔던 운동과 무용을 직업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학과를 고민했고, 선생님께 체육교육과 추천을 받아서 체대 입시를 1년 간 했습니다.
체대에 입학한 뒤에는, 축구 농구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근대스포츠를 배우고 있어요. 제가 특기로 하고 있는 건 체조와 무용이에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운동은 배구랑 농구구요. 나머지는 인터뷰 진행하면서 더 자세히 들려드리겠습니다. (웃음)
목화: 저는 본격적인 “운동”이라고 부를 만한 걸 해본 적은 없어요. 저는 원래 운동을 되게 안 좋아하거든요. 저는 엄청난 집순이라서, 이젠 거의 집과 합일됐어요. (웃음) 근데 언젠가부터 혈액순환이 너무 안 좋다는 게 느껴지고, 또 다이어트도 하고 싶어져서, 7월에 홈트를 시작해봤어요. 근데 너무 좋더라구요. 그래서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습니다.
주주: 전 요즘은 요가랑 런닝 두 가지를 하고 있어요.
요가를 시작한 건 자세 교정을 위해서였어요. 어릴 때까지만 해도 저는 몸을 크게 크게 움직이도록 격려 받았는데, 이상하게도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점점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몸이 세팅되었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척추와 골반이 심각하게 뒤틀렸고, 그걸 인지한 뒤엔 교정을 위해 요가를 시작했어요. 근데 하다 보니 저랑 너무 잘 맞아서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운동 없이 이 요가만으로 전신운동이 될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심폐지구력은 요가만으로 키워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런닝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Q. 운동을 시작한지 얼마나 됐나요? 처음 내가 이 운동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이 어땠고, 스스로도 운동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고민이 무엇인가요?
목화: 제가 “나 요즘 홈트 해”라고 하면 늘 “너 살 빼려고 하니?”라는 반응들이 돌아왔어요.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는 한데 제가 “여성은 다이어트 해야한다”는 관념을 재생산하는 것 같아서 쉽게 인정하기가 어렵더라구요.
도도: 제가 처음 필라테스를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마른) 몸에 대한 집착이 심했어요. 그때도 페미니즘을 알고 있긴 했지만, 스스로 코르셋을 많이 조이고 있던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억지로 먹는 걸 줄였다가, 식욕이 폭발하면서 폭식을 하기도 했어요. 폭식 때문에 운동에 대한 흥미도 잃었었구요. 거기다 그때 유럽으로 교환학생까지 가면서 한 세 달 반 동안 운동을 놓고 살았죠.
그런데 그렇게 운동을 쉬었더니 제 몸이, 제가 생각했던 마른 몸이 아니라, 완전 건강한 몸이 되어 있더라구요. 그때 제 몸을 보면서 “지금 이대로 쭉 살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몸에 대한 강박을 조금씩 내려놓게 되었고, 헬스도 시작하게 되었어요.
주변 반응 같은 경우에는, 가족 때문에 스트레스를 되게 많이 받았어요. 헬스장에 간다고 했을 때, “너 친구도 없냐. 왜 그런 혼자 하는 운동을 하냐. 차라리 술 먹으러 나가라.” 이런 말도 들었고. 그리고 제가 근육을 만들면, 주변 사람들이 반응할 때 말 앞에 항상 “여잔데”라는 수식어가 붙는 거 같아요. 대단하다고 해주는 친구들도 종종 “여잔데” 대단하다고 말하고, 가족들도 “여자가 근육이 대박이다”라고 말하고.
주주: 저는 요가를 시작한 거는 올해 7월부터고. 런닝은 그 전에도 꾸준히 하긴 했었는데, 필요성을 분명하게 느껴서 시작한 거는 얼마 안 된 거 같아요. 저는 요가를 하게 되면서 요가 계정을 만들었어요. 여성들이 운동에 관해 말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굉장히 부족하다고 느꼈었거든요. 기존의 운동 커뮤니티는 너무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끼리 운동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도 적고, 얘기를 해도 공감이 잘 이뤄지지 않다거나 서로 격려해줄 수 있는 피드백의 과정이 전혀 없다고 느낄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이 계정을 만들면서 제 네트워크 내에서라도 뭔가를 시작했다는 게 큰 의미를 가지는 거 같아요. 그래서 뿌듯해하고 있어요. (웃음)
용과: 저는 정확히 언제부터 운동을 시작했다고 하기는 어려워요.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비만하게 살아오다보니까, 항상 운동을 하려는 시도들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늘 한 달 해보다가, 그만 두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일의 반복이었어요. 그래서 운동을 할 때면 내가 이걸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늘 해요.
주변의 반응 같은 경우에는, 제가 운동을 할 거라고 말했을 때 가족이든 친구든 “잘 생각했다. 다이어트도 하고 좋네.”라고 했어요. 그게 되게 긍정적인 말인데도, 제가 예민해서 그랬는지 되게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왜냐하면 당시의 저는 저의 몸에 대한 자격지심이 커서, 내 몸에 대해 사람들이 얘기를 하는 그 자체가 너무 싫었었거든요. 그래서, 운동에 대해 좋게 말해도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 되게 고슴도치 같은 시기도 있었어요.
해삼: 저는 주변의 시선에 대해 말해보고 싶어요. 제가 크게 느끼는 건, 제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무용을 한다고 했을 때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체육교육과라고 하면 굉장히 의아한 반응들이 돌아온다는 거에요. “네? 진짜요?” “잘 할 수 있겠어? 잘 해?” “이렇게 말랐는데 어떻게 체육선생님을 해요~” 그런 말들.
하지만 제 생각에, 운동 능력은 꼭 체형에 의해 한계 지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체대 입시 하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그저 막막했지만, 연습을 하다 보니 잘 할 수 있게 되었었어요. 그런 것처럼 분명 저도 연습만 하면 충분히 잘할 수 있는데, 괜히 위축시키는 말들을 많이 들어왔던 거 같아요.
또 제가 농구를 좋아해서 농구 같이 하자고 하면 “농구하는 여자 처음 봐”라고들 해요. 물론 실제로도 농구 하는 여성들이 한국에 많이 없으니까 순수한 의미로 처음 본다고 하는 거겠지만, 애초에 농구를 하는 여성이 적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된 체육교육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 거 같아요. 스포츠의 역사를 떠올려보면 애초에 시작이 남성중심적인 문화에서 파생되었고, 오늘날 사회가 변화했음에도 아직도 체육교육은 남성 중심적으로, 또 이분법적으로 구성되어있는 것 같아요. 농구도 룰만 조금 바꾸면 여자도 충분히 할 수 있고, 무용도 남자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 그리고 우리나라 체육 교육 자체에서 그런 시도가 너무 없는 거 같아요.
Q. 여러분 모두 운동을 하고 계신 각자의 공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그 공간을 어떻게 택하게 됐나요? 그 공간에 대해 가지고 있던 두려움은 없었는지, 또 공간에 자주 가게 되면서 발견한 그 공간의 새로운 면모는 무엇인가요?
목화: 다들 이야기 감사합니다. 들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특히 헬스장에서 헬스를 하시는 도도님과 달리, 저는 운동공간을 무조건 실내, 그것도 제 집으로 잡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헬스장이 너무 무서워요. 제게 헬스장은, 이미 탄탄한 몸매의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이고, 여성의 경우 쉽게 폭력적 시선에 노출되는 곳이어서 막연히 무섭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도도: 우선 저도 헬스장에 처음 갔을 때 두 가지 측면을 경험했었어요.
첫 번째, 옷이에요. 저는 헬스장에서 운동복을 대여해서 입거든요. 근데 그렇게 대여해서 입으면 되게 초짜인 느낌이 나요. 소위 헬스장에서 사는 분들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본인만의 운동복도 따로 있고, 가방도 따로 있단 말이에요. 그럼 되게 비교되면서 위축되는 게 있었어요.
두 번째, 성비에요. 헬스장에는 남성분들이 여성분들보다 훨씬 많아요. 여성분들은 오셔도 대부분 런닝머신을 타시고, 남성분들은 웨이트 기계를 많이 쓰시죠. 근데 저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는 게 헬스장이나 기구들이 여성 친화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에요. 무거운 덤벨*들이 가벼운 덤벨들보다 훨씬 많고, 렉**에서 역시 바의 무게가 20kg에서부터 시작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여성 초보자분들은 렉에서 20kg만 가지고 웨이트를 해야 하는데 그럼 눈치가 보이는 거죠. 남성들이 빨리 그 공간에 가서 무게를 쳐야하고, 가벼운 것만 드는 여성보다 자신에게 그 공간이 더 필요하다는 눈치를 주거든요.
*덤벨: 아령, 한 손으로 들고 웨이트를 할 수 있는 기구.
**렉: 헬스장에서 스쿼트, 데드리프트 등 웨이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구분되어 있는 공간
저도 처음에는 그런 게 못마땅하고 두려웠긴 한데 PT를 받으면서 기구 사용하는 방법을 더 알아가면서 극복했던 거 같아요. 근데 동시에 여성은 PT를 받아야만 기구들을 알아가고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게 고민이 돼요. 남자들의 경우에는 좀 몰라도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초보이고 잘 몰라도 되게 당당하단 말이에요. 그런 차이가 없지 않아 있는 거 같습니다.
주주: 저는 요가에 관해 얘기해보고 싶어요. 요가라고 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왜곡된 표상이 있잖아요. 요가는 스트레칭과 유연성에 관한 운동이고, 명상 같은 분위기와 좁은 매트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정적인 운동이고, 따라서 여성의 운동이라는 표상 말이에요. 저는 그게 굉장히 잘못됐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는 방식으로 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제가 가는 요가원이 “여성 전용” 요가원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되더라구요. “여성 전용”이란 게, 안전한 공간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선 중요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요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게 아닐까 해서요. 근데 하다보니까 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저는 여성 요가원에 가면, 굉장히 핏한 여성들이 핏한 요가복을 입고서 견고하게 자세를 버티는 그런 모습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정말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형태의 몸들이 존재하는 거예요. 초등학생 회원부터 시작해서 5-60대 회원분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하고, 바디 사이즈, 퍼포먼스 능력도 다양해요.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저는 이 요가원과 관련해서 정말 기뻤던 순간이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가. 하루는 어떤 잘 하시는 회원님이 동작 시범을 보이실 때, 민소매 요가복을 입고 팔을 드셨는데 겨드랑이 털이 삐쭉하고 다 자라있었어요. 사실 운동하는 여성의 신체는 털이 하나도 없는 매끈한 몸이라는 환상이 크잖아요? 근데 이 요가원은, 다양한 몸들을 공유할 수 있고, 겨드랑이 털을 마음껏 드러내도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거가 너무 좋았어요.
두 번째는, 캡이 없는 요가복을 별도의 속옷 없이 입은 회원분을 라커룸에서 만났을 때였어요. 그분을 보고 “아 여기는 노브라로도 요가할 수 있는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이 공간을 유지하고 싶고, 이 사람들끼리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연대감이 느껴져서 정말 행복했어요.
애초에 이 사회에서, 여성이 자신의 몸을 움직일 때 항상 타자의 시선에서 나의 몸을 검열하잖아요? 그로부터 자유로운 요가원을 경험하게 되면서, 사회 전반에 내 몸 있는 그대로,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용과: 아까 목화님이 헬스장 얘기 해주셨잖아요. 저도 되게 공감을 많이 했어요.
저는 본격적으로 운동 시작해보려고 했을 때, 처음에는 PT를 받을까 했어요. 근데 PT를 하면 왠지 남들의 눈이 너무 신경 쓰일 거 같았어요. 그래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있는 작은 피트니스 센터를 갔어요.
처음에는 거기서 하는 것도 쭈뼛쭈뼛했어요. 기구를 어떻게 쓰는지조차 모르고, 내가 지금 운동하고 있는 모양새가 우습게 보이면 어떡하나 시선도 신경 쓰였구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곳에 오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주부, 직장인, 5-60대 중년 여성 등 굉장히 다양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우락부락하거나 엄청 핏한 사람들이 오는 헬스장의 이미지와 많이 달랐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시작되고, 그래서 그 헬스장이 문을 닫았어요. 그 대안으로 저희 집 옆에 호수공원에서 걷고 뛰기 시작했어요. 그곳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 사람들 사이에 섞여 들어서 저도 자연스럽게 운동하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또 내가 옷을 뭘 입었는지 전혀 신경이 안 쓰인단 말이에요. 그래서 야외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데 그 즐거움을 코로나 덕분에 알게 된 것 같아요.
해삼: 저는 말씀을 들으면서 여성이 운동을 접하고 배울 기회 자체가 너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지금도 한국 사회에서 운동은 잘 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만연한 거 같아요.
그리고 복장에 관해서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려보자면, 저희 과가 성비가 완전 불균형하다보니까 처음에 운동할 때 핏이 드러나는 옷을 입기가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근육의 움직임을 전문적이고 세밀하게 관찰하려면 핏감이 있는 옷을 입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는 탑만 입고 운동을 하고 싶은데, 동시에 그렇게 입었을 때 사람들이 나의 몸을 성적으로 평가할까봐 걱정이 되더라구요.
실제로도 한 번은 제가 좀 짧은 바지를 입고 운동을 했었는데, 같은 과 언니가 바지 왜 이렇게 짧냐면서, “다 보여주고 싶어?”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웃음) 운동할 때 탑이 제일 편한데, 그걸 야하다고 보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편하게 입지 못하는 것 같아요.
주주: 여성의 운동복이나 레깅스가 코르셋이냐 아니냐 같은 논쟁이 벌어지듯이 운동복의 기능과 무관하게 그 옷을 성적으로 해석해내는 그런 문제가 생기는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 런닝할 때 탱크탑만 입고 달려요. 제 몸은 완벽히 핏한 몸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러한 몸도 존재하고,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오히려 더 핏한 옷들을 입는 것도 있어요. 이 공원이라는 공간 내에서 한 명쯤은 그렇게 달리고 있을 때 적어도 아이들은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또 그렇게 탑만 입고 달리면, 달릴 때의 바람, 나를 어우르는 환경을 내 몸의 촉각으로 직접 느끼며 운동을 할 수가 있거든요.
근데 옷에 대한 제약이 없을 수가 없어요. 제가 핏하게 입고 나가면 누군가가 저를 자꾸 따라오면서 막 말을 건다든가, 벤치에 앉아계시는 분들의 시선에게 제 운동 루틴이나 몸이 다 노출된다든가 하는 경우들이 있죠. 그런 게 신경쓰이더라구요.
그래도 추워지기 전까지는 계속 이렇게 운동하려 해요. 계속 하다보면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요? 적어도 특히 아이들에 있어서는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2부. 운동 이후의 변화
Q. 운동 이후에 느낀 몸의 변화는 무엇인가요?
목화: 저부터 말을 해보면 저는 일단 물리적인 걸 되게 많이 느꼈어요. 워낙 이전에 운동을 안해서 더 체감되는 것도 있죠. 공부 안 하던 애가 공부하면 성적이 쑥 오르듯이 (웃음) 운동은 마치 농사와 같아서 하는 만큼 돌아온다는 걸 여실히 느꼈어요.
도도: 저도 운동하면서 근육을 잘 쓰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이 동작을 할 때 어디에 집중해야 하고, 어디에 힘을 줘야 다치지 않는지 알게 되죠. 내 몸이 좀 더 sensitive 해져요. 근육의 운용도 능숙해지고. 한 예로 제가 리트리버를 키우는데, 산책할 때 정말 힘들단 말이에요, 그런데 운동을 하면, (자꾸 뛰어가는 강아지를) 당길 때 팔 근육이 아니라 등 근육으로 당기는 거죠(웃음).
그리고 제가 바디 프로필 준비를 할 땐 운동을 주6일에서 7일, 계속 나가서 2시간씩을 했어요. 그게 힘들긴 해도 몸이 확실히 가벼워지고, 밤에 늦게 자도 아침에 잘 일어나져요. 피곤하지가 않아요. 확실히 몸이 건강해지고 있다고 느껴요.
주주: 저도 도도님 말씀과 비슷하게, 운동을 하며 등 근육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알게 됐어요. 특히 허리를 필 때 등 근육이 어떻게 쓰이는지 느꼈고, 올바른 자세를 위해서 등 근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어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등을 필 때 이 근육들을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됐구요.
그리고 아까 도도님이 몸이 기민해졌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저도 비슷해요. 운동을 시작한 뒤에, 하루 종일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게 얼마나 내 몸에 부하를 주는지 여실히 느껴요. 그래서 제가 요즘 주로 앉아서 하는 4시간짜리 알바를 하고 있는데, 그 4시간 동안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주려고 해요. 1시간에 1번 물이라도 떠오고, 화장실이라도 갔다 오고.
저도 원래는 집중해서 뭔가를 할 때는 주구장창 앉아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근데 그게 몸을 완전히 망가뜨렸다는 걸 시간이 흘러 알게 된 거죠.
학창시절에는 앉아서 오래 버티는 게 일종의 덕목으로까지 여겨졌는데, 그게 얼마나 몸에 과한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그 긴장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내 몸이 얼마나 비틀렸는지를 느꼈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여요.
용과: 저는 마냥 긍정적인 변화만 있었던 거는 아니긴 해요.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 몸을 움직이면 살이 출렁거리는 게 너무 혐오스러웠어요. 다만, 저는 살이 빠졌다 쪘다를 반복했었는데, 살을 한 번 빼보고 나면 살이 쪘을 때와 비교했을 때 내 몸의 차이를 확실히 느꼈어요. 몸의 노폐물이 빠져나갔다가, 다시 살이 쪘을 때 부어있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게 찝찝해서 다시 얼른 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달까?
해삼: 저도 농사를 짓듯 몸은 배신을 안 한다는 거에 크게 공감해요. 운동을 하면 정말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다르잖아요. 그런 점이 운동의 큰 매력으로 느껴졌어요. (웃음)
Q. 운동 이후 생긴 심리적인 변화는 무엇인가요? 혹은 운동이 심리적 면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시나요?
해삼: 저는 감정기복이 되게 심한 편인데, 애인이랑 헤어지는 등 극한의 상황에서 운동을 하거든요(웃음). 운동이 내 자존감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길이고 가장 쉽게 기분이 환기되는 길이라는 걸 느낍니다.
주주: 저는 감정 기복이 크지 않은 편이긴 한데 그럼에도 어떤 어려움이 생기고 일상에서 도피하고플 때, 운동이라는 하나의 분명한 옵션이 생긴 게 큰 변화에요. 나의 무드를 전환하고 싶을 때, 제가 뭘 하면 되는지를 저는 분명히 알고 있어요.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나는 이렇게 대처하면 된다는 분명한 옵션이 생겼다는 거가 좋아요.
제 친구가 비슷한 얘기를 해줬는데, 자기는 운동을 왜 해야 한다고 생각하냐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갑작스러운 심리적 충격이나 breakdown을 겪을 수가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최소한의 루틴이란 게 필요하다, 그게 없으면 예컨대 정서적으로 힘들 때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게 된다는 거에요. 그런데 만약 일주일에 2-3번은 런닝을 한다는 루틴이 있는 사람이면 한 번 나가서 런닝이라도 해보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게 굉장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고. 운동이 심리적으로 굉장한 효과를 갖고 있는 거 같아요.
Q. 식단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목화: 저는 이 식단이 운동할 때의 심리에 되게 영향을 많이 미쳤거든요.
처음 7월 홈트를 하면서, 체감이 될 정도로 살이 빠졌었어요. 그러다보니 이 몸을 유지하고픈 마음이 생기는 거예요. 그때부터 강박적으로 몸을 유지하려했고, 그래서 7월 말까지 매일 밥을 한 끼만 먹었어요. 결국 위염이 왔죠. 그걸 계기로 다시 운동의 목적을 다잡고 지금은 정말 건강을 위해 운동하려 하고 있어요.
7월 이후에는 그래서 건강한 재료와 적당한 양으로 식단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어요. 닭가슴살도 직접 손질하고. 밀가루도 많이 줄이구요. 근데 그렇게 제 손으로 재료를 직접 씻고, 움직이고, 조리하는 것 자체가 운동만큼의 어떤 신체적, 심리적 단련 효과를 주더라구요. 비건 식단을 시도하기도 좋았구요.
주주: 저는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는 운동 커뮤니티와 맞지 않는 부분이 분명 존재해요. 일반적인 운동 커뮤니티에서는 식단 관련해서 닭가슴살을 늘 필수 요소로 채택하고, 콩단백은 에스트로겐이고 즉 여성호르몬이라 안 좋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단백질 먹을 때도 식물성은 전혀 취급하지 않고. 비거니즘을 하는 입장에서 제가 그런 것들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삼: 저는 여성들이 운동하며 식단에 있어 잘못된 실천들을 하게 되는 것도, 결국 학교에서 안 가르쳐 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식단이나 기본적인 운동 지식을 학교에서 배워야 사회인이 되어서도 자연스럽게 생활체육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건데. 그래서 다른 분들에게 질문하고 싶은 게, 학교에서 여러분들 체육수업 하실 때 수업 경험이 어땠는지, 또 어떤 식으로 해야 자신감 있게 참여할 수 있을지 들어보고 싶었어요. (웃음)
도도: 저의 경우, 먼저 심리적 측면에 대한 답을 하자면, 저도 목화님처럼 강박이 있어요. 운동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부분에서. 그래서 저만의 강박에서 비롯된 무수한 규칙이 있다 보니까 운동도 일로 느껴질 때가 있어서 그럴 땐 좀 힘들긴 한데 그래도 최대한 쉬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식단의 경우 바디프로딜 총 준비 기간 중 마지막 한 달 동안 특히 빡세게 했어요. 그래서 닭가슴살, 단호박, 버섯 아니면 삶은 브로콜리 계속 먹고. 근데 그런 식단이 정말 건강해보이지만 사실 건강하지 않거든요. 인스타에 ‘#식단’, ‘#다이어트’쳐서 나오는 것들이, 실상 건강하지 않은데 건강하다고 믿으며 먹을 수도 있고, 또 그런 걸 보면서 각자가 가지는 강박이 심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끝나고 나서 갑자기 일반식을 먹으니까 위염 때문에 엄청 고생하고 있거든요.
(이후 도도님이 먼저 나가셔야 해서, 마지막 질문 겸 도도님의 바디 프로필 체험기를 나누게 되었다.)
Q. 바디 프로필을 어떤 계기로 하게 되셨고,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도도: 헬스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바디프로필을 생각하게 됐어요. 작년부터. 그런데 사실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3개월 동안 학업과 운동, 식단을 병행한다는 게.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가, 그래도 버킷리스트니까 한 번은 빨리 해봐야지 싶어서 바로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목표는 체지방 12%에, 근육량을 명확히 설정하기 보다는, 체지방 줄이고 선명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두었어요. 또 저는 저의 등근육이 너무 좋아서 등근육을 집중적으로 만들어보자 마음을 먹었었어요.
바디 프로필도 논란이 많긴 해요. 여성의 경우 많이들 비키니를 입고 찍고. 근데 저는 건강한 몸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남성의 경우 위를 아예 안 입고 찍잖아요, 반면 여자들은 무조건 탑을 입고 찍고. 저는 그런 게 불편해서, 등을 찍을 때 탑을 입지 말까 고민을 했었어요. 그렇지만 가족들이 많이 반대를 하기도 해서 입고 찍었어요. 바지의 경우에도 긴바지를 입으려 했는데, 다리 근육을 보여주어야 한다고도 생각해서 비키니도 들고는 갔어요. 그렇게 찍었는데 바지를 입고 찍은 게 훨씬 멋있게, 제가 원하던 컨셉으로 잘 나온 거 같습니다.
그리고 바디프로필은 몸을 만드는 게 제일 우선이긴 하지만, 태닝도 받아야 해요. 두 달 동안, 12회 정도. 엄청 귀찮죠. 그리고 왁싱도 해야 해요. 왁싱은, 물론 여성들이 좀 더 하는 거라고 알고 있지만, 남성들도 하거든요. 왜냐면 사진에 털이 나오면 안 되어서…. 왁싱 외에 메이크업도 받는데 메이크업 역시 남성 여성 모두 받아요. 저도 메이크업이나 제모에 있어 신경을 많이 썼거든요. “내가 남자여도 이런 걸 했을까?” 그런 지점들을 아주 섬세하게 고민해가며 했었습니다.
바디프로필 과정 중에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어요. 이게 과연 내 몸, 나 자신을 위한 건가. 오직 남 시선에 맞춰진 몸을 찍는 건데 뭐하는 짓이지. 그런데 막상 찍고 보니까 내 한계에 도전을 해서 또 하나를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내년에도 찍을 예정입니다(웃음). 이건 중독인 거 같아요.
Q. 바디프로필 촬영 결과물을 본 소감?
도도: 저는 너무 재밌었어요. 촬영 때 긴장되지도 않았고. 연예인, 모델 된 기분이고. 그래서 아 이런 표정도 지어볼까? (웃음) 그랬거든요. 사진 받고 “이거 진-짜 재밌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또 찍을 결심을 바로 그 당일에 했어요. (웃음)
Q. 도도님에게 운동의 의미란?
도도: 진짜 간단하게 말하자면 운동이란, 없으면 안 되는 것? 바디프로필 준비할 때도 운동이 정말 힘들었지만, “운동이 없었으면 내가 스트레스 풀 게 있었을까? 운동을 해서 진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과장해서 말하자면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뻔 했어요.
저는 앞으로도 쭉 운동을 하며 살 것입니다. 저의 목표는, 헬스를 한 1년 정도 더 해서 몸을 더 만드는 것. 그리고 크로스핏, 주짓수, 배드민턴 같은 운동들도 시도하는 것이에요.
여러분 도도님의 장렬한 퇴장을 박수로 장식해드립시다 (웃음) 감사해요 도도님~~
Q. 다시 인터뷰로 돌아와서, 이전에 해삼님이 잠깐 우리들의 체육 교육이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는지 질문을 던져주셨어요. 이 점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신 분들 있을까요?
주주: 저는 왜 여자인 저의 친구들은 저만큼 활달하지 않을까 몸을 많이 안 움직일까 많이 고민을 했었어요. 그러면서 느낀 원인은 크게 두 가지에요.
첫 번째는 2차 성징과 적절한 성교육의 부제. 그래도 초등학생 때까지는 전교생이 어느 정도 놀이로서 몸을 잘 움직였단 말이죠? 근데 여성들의 경우, 2차 성징으로 인해서 가슴이 발달할 때부터 뛰는 걸 거부하게 되는 거 같아요. 가슴이 출렁이는 그 느낌 자체가 생소하잖아요. 동시에 처음 몸의 변화를 맞이하는데 그걸 부끄럽다고 느낄 지경까지 성교육이 이뤄지고. 이러한 실태 속에서 결국 여학생들은 뛰는 걸 꺼리고, 몸을 수축하고, 가슴을 가리고. 성교육의 부재가 결국 운동에까지 큰 영향을 준다고 느껴졌어요.
두 번째로 느낀 건. 체육이 입시와 연결되면서, 학생들에게 매우 모순적인 두 가지 요구가 가해진다는 거에요. 입시 전후로 운동의 목적성 자체가 너무 급변하는 거 같아요.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운동은 공부를 위한 하나의 관리 수단이 되잖아요. 그런데 동시에, 공부를 할 때는 정해진 공간 내에서만 협소하게 몸을 움직여야 하는 압박이 존재하고, 몸을 움직이는 게 죄악시되고, 몸은 무조건 컨트롤되어야하는 것으로만 의미화 되면서 더더욱 몸이 통제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체육 수업 및 평가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체육 시간에 가령 피구를 한다하면 팀을 뽑잖아요. 제가 싫었던 게 가장 잘하는 두 명이 자기 팀 할 애들을 한 명씩 뽑아나가는 거였어요. 결국 그게 동기들끼리 운동 능력을 서로 세밀하게 평가하게 만들고. 그건 부당한 거 같아요. 왜냐면 평소에는 어른들 중 누구도 운동의 필요성을 말해주지 않다가, 심지어 금기시까지 하다가, 일주일에 몇 시간 안 되는 그 체육시간 내에서만큼은 지극히 뛰어난 운동능력을 요구하는 거니까요.
용과: 주주님이 하신 얘기가 너무 제가 얘기하고 싶었던 얘기에요. 피구한다 하면 한 명씩 골라가잖아요. 근데 저는 외형적으로나 능력치로나, 운동을 잘 할 것처럼 생각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체육시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들 간의 세밀한 위계화를 종용하고. 그런 걸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런 것 때문에 체육 시간이 싫어졌었거든요.
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체육 수업 자체가 시수가 적고, 커리큘럼도 수행평가 여러 개를 기준으로 상당히 단기적으로 짜이잖아요. 그러다보니 나의 몸이 운동을 통해 얼마나 변화되는지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려운 거 같아요. 그래서 수치화되고 측정화된 수행이 아니더라도 내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수행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해삼: 진짜 제가 엄청 많이 해왔던 고민들이었는데, 주변에 이런 걸 이야기할 기회가 진짜 없었어요. 그래서 여러분의 이야기들이 큰 답변이 된 거 같아서 너무 감사합니다(웃음).
Q. 운동을 하며 이루어냈던 나의 성취는 무엇인가요?
목화: 운동과 성취에 관한 저의 경험은, 체육교육과도 많이 연결이 되어요.
제게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운동과 성취의 기억은 고등학교 들어갔을 때 했던 축구 수행평가에요. 그때 저는 골키퍼를 해야 했어요. 축구를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웃음) 그래서 진짜 엉망이었죠. (웃음)
그래서 저는 제가 당연히 C를 받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체육쌤이 A+을 주신 거에요. 저는 채점이 잘못된 줄 알고 체육쌤을 찾아갔어요. 근데 체육쌤이, 운동 경기를 함에 있어서 끝까지 뛰는 게 가장 먼저라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저는 그 말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요. 그래서 뭔가 체육교육에 있어서 수량적 평가보다는, 그 운동을 끝까지 해내고 도전하는 것의 의미를 좀 더 숙고할 수 있었으면 해요.
3부. 앞으로도 운동할 나에게
Q. 나에게 운동은 어떤 의미인가요? 앞으로도 운동을 계속할 것인가요? 아울러, 마지막으로 하고픈 얘기가 있다면?
목화: 일단 저부터 하면 저에게 운동은 음... 약간 애증? 운동을 막 즐기지는 않으니까. 여전히 귀찮아요 (웃음) 그래도 운동을 하면서 저에게 생기는 긍정적인 변화를 되게 많이 느꼈기 때문에 앞으로 꼭 ! 주기적으로 운동하는 멋있는 아줌마와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끝으로 더 하고픈 얘기는, 이 잡담회를 하며 스스로도 뭔가 동기부여가 됐어요. 어제 사실 운동 쉬었는데 이거 끝나고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드네요(웃음)
용과: 저 사실 3부 보자마자 정확히 “애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방금 되게 소름 돋았는데. (웃음)
저는 왜 애증이라 생각했냐면 계속 말했듯, 저는 정상체중에 들어가고자 하는 걸 목표로 늘 운동 해왔기 때문에, 제게 운동이 늘 의무였거든요. 동시에, 내 몸에 대한 누군가의 시선, 살의 출렁임 등 운동에서 느껴지는 감각들이 너무 싫구요. 그래서 운동의 긍정적인 면도 알고, 앞으로도 운동은 계속 하고 싶은데, 그럼에도 운동은 늘 애증인 거 같아요.
그리고 지금처럼 밥 한 끼, 1kg에 집착하는 태도로는 운동을 지속하기가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더 내 몸을 긍정하는 방식으로 생각을 바꿔나가며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다면 좋았던 이유 중 하나가 각자가 운동의 목표나 방식 느끼는 감정, 관심이 다 달라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답니다.
주주: 저는 정말로 운동을 하면서 미래의 내가 너무 기대된다는 감정이 들기 시작했어요. 원래는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오늘을 산다.”에 집중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저 자신에게 취해 있는 사람이었거든요.
지금도 그 statement 자체는 그대론데, 운동을 하며 그 의미가 좀 바뀌었어요. 오늘을 살아간다는 게, ‘오늘’을 쌓아나갈 때 인생이 되는 거니까 오늘을 살아가는, 그런 의미로. 그러면서, 전에는 “나는 한 50대 60대쯤에 죽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오히려 10년 후의 제가 너무 기대돼요. 너무 설레는 거예요, 자기 자신한테. “10년 후의 나? 20년 후의 나? 하, 너무 멋있어.” 이런 감정이 들면서. 그래서 저도 목화님 말처럼 운동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또 예전에는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관리 양식으로서만 운동을 했다면 이제는 그냥 운동 자체가 너무 즐거워요. 그래서 지속에 대한 고민 자체가 안 들게 된 것 같아요. 이제는 운동은 제 일정의 1순위에요. 운동에 맞춰 다른 일정들도 조율하구요.
근데 저는 이런 감정을 저뿐 아니라 모두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지식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 특히나 자기 관리를 부차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한 거 같아요. 세상에 바꿀 게 얼마나 많은데 그런 상황에서 나를 돌본다는 게 마치 사치처럼 느껴지고. 근데 지금은 알아요. 일상이 얼마나 당신을 풍요롭게 해주고, 목표를 이루고자할 때 얼마나 북돋는 에너지가 될 수 있는지.
해삼: 저도 진짜 제목 자체가 너무 가슴 뛰게 하는 주제였어요.
저한테 운동이 어떤 의미냐 하면 제가 제 몸이 어릴 때 되게 아팠거든요. 그랬던 제가 이제는 건강한 몸으로 힘든 운동도 견뎌낼 수 있는 몸이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운동이 너무나 큰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몸의 힘을 신봉한다”고 했던 게 진심이거든요. 저에게 운동은 뗄 래야 뗄 수 없는, 나에게 하나의 종교라 할 수도 있을 거 같고 제 삶의 전부에요.
그리고 제 삶의 과제인 거죠. 직업으로 하기로 했으니까. 저도 그런 생각 많이 해요. “앞으로도 내가 운동을 할까?”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지금처럼 활발하게 몸을 쓰지 못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실버 체육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여성 체육 뿐 아니라 노인체육도 사회적으로 너무 등한시되는데, 나이가 들게 되면 그런 쪽으로도 연구해보고 싶어요.
또 마지막으로 저도 소감을 말해보자면, 이때까지 혼자 고민하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큰 해답을 찾을 수 있었어서, 너무 값진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끝으로 여러분도 운동하실 때에 몸을 쓰는 거 자체에 의의를 많이 두셨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너무 영업 같은데, 무용을 추천합니다. (웃음) 무용을 하며 내 몸이 이렇게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자신감도 얻고 그렇거든요. 또 혹시나 저에게 개인적으로 운동 방법이나 추천 받고픈 분들 계시면 따로 연락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저도 여기까지입니다.
목화: 그럼 저희 오늘 이만 이렇게 그룹 인터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너무 고생하셨어요! 감사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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